
탈핵 탈송전탑 원정대
밀양 할매 할배들이 발로 쓴 대한민국 ‘나쁜 전기’ 보고서
밀양 할매 할배들 지음
- 가격
- 15,000원
- 펴낸 날
- 2015년 5월 11일
- 쪽수
- 264쪽
- 판형
- 152×210mm
- ISBN
- 978-89-97090-47-1 0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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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b>제56회 한국출판문화상 편집부분 후보작</b>
10년의 저항, 가슴 아픈 패배.
그러나, 밀양의 할매 할배들은 길을 떠났다.
2,900킬로미터의 여정 위에서 ‘눈물을 타고 흐르는’
이 나라 ‘나쁜 전기’의 실체를 똑똑히 보았다.
2015년 3월 한 달 동안 밀양 할매 할배들이 전국의 핵발전소와 송전탑 지역을 무려 2,900km에 걸쳐 누볐다.
그 여정을 이계삼 밀양대책위 사무국장이 기록하고, 이헌석 대표가 친절하게 해설하여 우리나라 에너지 문제를 한눈에, 그리고 쉽고 재미있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정리하였다. 아울러 노순택 작가를 비롯한 사진작가들이 현장을 시적인 사진으로 담았고, 독립 다큐 감독들이 영상으로 찍었다.
밀양 송전탑 투쟁은 이제 무언가 후손들을 위해 보람 있고 소중한 역할을 하고 싶어 하는 할매 할배들의 원력(願力)으로 서서히 ‘탈핵 탈송전탑 투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 책의 발간은 그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이 책과 영상과 사진을 들고 밀양 할매 할배들이 전국을 누비며 ‘탈핵 탈송전탑’의 메시지를 전국으로 알리게 될 것이다.
책 소개
송전탑을 따라가니 그 끝에는 '핵발전소'가 있었다
뜻 깊은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왔다. 『탈핵 탈송전탑 원정대』, 줄여서 ‘탈탈 원정대’로 부른다.
이제는 기자 한 사람 없고, 연대 활동가들도 드문드문 찾는 밀양. 하지만 완성된 송전선으로 송전하는 것에 항의하기 위해 밀양 주민들은 철탑 선하지에서 농성장을 꾸려 2014년 겨울도 그곳에서 지냈다. 매일 아침 밀양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2015년 5월 현재도 상동면 고답마을 115번 철탑 선하지에 농성장이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한전의 보상금을 거부하고 버티는 225세대 주민들이 유형무형의 압박에 시달리는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 밀양은 '사법처리 국면'을 맞고 있다. 거의 매주 재판이 벌어진다. 65명의 주민과 연대 활동가들이 80여 건의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국외자의 시선에서 보자면 '완연한 퇴조기'에 들어선 밀양 송전탑 반대 싸움. 그러나 밀양 주민들은 지난 10년간 철탑만 바라보고 살았는데, 철탑을 따라가니 그 끝에는 '핵발전소'가 있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탈핵’과 ‘탈송전탑’을 만나게 되었다.
'탈핵 탈송전탑 투쟁’으로 나아가고 있는 밀양 송전탑 투쟁
2015년 3월 한 달 내내, 마음을 모은 여러 사람들이 밀양 할매 할배들과 함께 전국을 돌았다. 이른바 '탈핵 탈송전탑 원정대'. 이계삼 사무국장은 여정이 이어지는 봉고차 안에서, 어르신들이 잠든 숙소에서,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며 어르신들이 흘려놓은 이야기의 파편들과, 보고 듣고 느낀 이야기들을 써내려갔다.
그렇게 나온 이 책은, 거의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이 나라 핵발전소 주변 지역의 실상과 이력, 송전탑 지역 주민들의 가슴 아픈 삶의 축도를 그려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제 무언가 이 세상을 위해 보람 있는 일로 당신의 여생을 보내고자 하는 밀양 어르신들의 원력(願力)을 담아, 밀양 송전탑 투쟁이 '탈핵 탈송전탑 투쟁'으로 나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
밀양 할매 할배들
‘밀양 할매 할배들’은 2005년부터 이른바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에 매진해 온 밀양시 송전탑 경과지 4개면 주민들을 말한다. 10년의 투쟁 끝에 공권력의 힘으로 철탑이 완공되고, 시험 송전까지 이루어졌으나, 밀양의 진실과 정의가 바로 설 때까지 싸울 각오로 225세대가 합의금 수령을 거부하며 버티고 있다.
10년의 싸움 동안 두 분이 세상을 버리고, 수없는 사법 처리와 병원 후송, 마을 공동체의 분열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버텨왔지만, 또한 나눔과 연대를 실천하는 ‘어르신 투사’로 우리 사회 양심적인 시민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기록
이계삼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사무국장)
감수·해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사진
노순택 이우기 정택용 최형락
영상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밀양’ 프로젝트팀 : 강세진 류미례 박일헌 박지선 이강길 이경희 조현나
탈핵 탈송전탑 기행 참가자
한옥순 이남우 김길곤 송루시아 김영자 김영순 조원규 김종천 정임출 서종범 김수암 유은희 고준길 구미현 김필기 김옥희 (주민) 김우창 김태철 남어진 (밀양대책위)
차례
펼쳐 보기
프롤로그 우리는 왜 길을 떠나게 되었는가
1장 서글퍼라, 돈 돈 ― 당진·예산·아산·서산·영광
원정대 길잡이
― 수도권 전력공급 요충 기지, 충남
― 한국 반핵운동의 중심지, 전남 영광
2장 나라 지키러 간다 카지, 데모한다 카지 않습니더 ― 횡성·평창·여주·광주·안성
원정대 길잡이
― 태백산맥을 관통하는 765kV 송전선로
3장 약속은 모두 물거품이 되고 ― 고리·월성
원정대 길잡이
― 이주, 또 이주, 계속 이어지는 고리 인근 주민들의 비극
― 중수로·경수로·핵폐기장 등 우리나라 핵산업의 백화점이 된 경주 월성
4장 남은 세월, 탈핵을 실천할 것이다 ― 삼척·울진·영덕
원정대 길잡이
― 한국 탈핵운동의 성지, 삼척
― 핵폐기장과 핵발전소로 네 번이나 고통에 빠진 영덕
[ 알아봅시다 ]
1장 : 우리나라의 주요 발전소와 송전선로 현황 / 중저준위 핵폐기물과 고준위 핵폐기물 / 갑상샘암 역학조사와 균도네 소송
2장 : 송전탑 크기 비교 / 개폐소 / 전기에너지의 생산과 소비
3장 : 고리 핵발전소의 사건·사고 /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 / 핵발전소 주변 지역의 다양한 지원금
4장 : 정부에게 유리한 주민투표법 / 19년 동안 반복된 정부의 핵폐기장 추진
출판사 서평
10년간의 싸움, 가슴 아픈 패배
밀양 할매 할배들은 길을 떠났다
거의 모든 언론에서 ‘밀양 송전탑 싸움’은 종료된 것으로 이야기된다. 그러나, 밀양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송전탑 공사가 완료되고 시험송전까지 마쳤지만, 여전히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225세대는 합의금 수령을 거부하고 있다. 또한, 5개월째 철탑 선하지 움막 농성장을 지키고 있으며, 밀양시청 앞에서도 1인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밀양 주민들은 10년 싸움의 끝에 얻은 상처로 뒤척이고 있다. 마을 공동체는 보상금 수령 여부로 갈라섰고, 투쟁 과정에서 경찰 폭력, 한전의 분열 책동으로 몸과 마음의 병을 얻었다. 경찰과의 충돌로 60여 명의 주민 및 연대활동가들이 기소되어 사법처리를 앞두고 있으며, 2억여 원에 이르는 벌금 등 법률 비용을 마련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주민들의 요구는 매우 단순하고 일관된 것이었다. “⓵ 한전 사장의 공식 사죄 ⓶ 피해 실사 기구 구성 ⓷ 노후원전 폐쇄 등으로 철탑 불필요시 철거.” 그러나, 이미 철탑을 완공한 한전은 이에 대해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있다. 또한편 한전은 찬성 주민들에 대해서는 관광과 회식, 힐링비용 지급 등으로 반대 주민들을 고립시키며 합의를 유도하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이 패배감을 떨치고, 무언가 새로운 비전을 찾기 위해서 주민들은 바깥 나들이를 생각했다. 무엇보다 10년의 싸움을 통해 밝혀놓은 것과 그럼에도 여전히 진행되어야 할 과제를 사회에 제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거기에는 밀양 주민들이 10년 싸움을 통해 체득한 이런 깨달음이 깔려 있었다.
나는 묻고 싶다. ‘이 전기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우리는 지난 10년간 철탑만 보고 살았다. 그러나 이 철탑을 따라가니 그 끝에 핵발전소가 있었다.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 그 깨달음을 세상 사람들이 함께 나누었을 때 이 나라에 희망이 있다.
2,900킬로미터, 한 달 동안 곳곳을 누비다
지난 3월 한 달 동안 총 4회에 걸쳐 총 16명의 주민이 길을 떠났고, 2,900km를 달렸다. 그리고, 대책위 활동가들이 어르신들의 수발을 들었다. 사진작가 노순택 정택용 이우기 최형락이 현장을 담았고, 독립다큐멘터리 감독 강세진, 류미례, 박일헌, 박지선, 이강길, 이경희, 조현나 들이 영상으로 기록했다.
밀양대책위 사무국장인 이계삼이 밀양 주민들의 목소리를 글로 옮겼고,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이헌석이 길잡이를 맡아 친절하게 해설하고, 전문가적 식견으로 내용들을 꼼꼼하게 감수했다.
늙어가는 마을, 늘어나는 암환자, 재산권 폭락, 약속은 모두 물거품이 되고
765kV 철탑이 들어선 이후 주민들의 삶은 어떻게 변한 것일까. 충남 당진, 예산, 아산, 그리고 강원도 횡성, 평창 지역을 다니면서 주민들은 모두 경악했고, 또한 두려움에 떨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의 미래는 곧 밀양의 미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시름에 젖어 있다었. 당진에서는 765kV 철탑이 들어온 이후로 암환자가 한없이 늘어나서 이장님은 마을을 찾는 이들에게 이미 돌아가신 이들과 지금 투병하고 있는 이들의 이름을 읊어주고 있었다. 그저 ‘전봇대’ 하나 더 들어선다고 알고 있었지만, 들어선 것은 ‘전봇대’가 아니라 100미터가 넘는 거대한 철탑에 주렁주렁 걸린 76만5천볼트 초고압 송전선이었다.
부동산 거래는 뚝 끊겼고, 마을은 늙어간다. 가뜩이나 고령화된 농촌에 765kV 철탑까지 들어서니 이제는 젊은 사람들은 아예 들어올 기약이 없는 것이다. 이제 마을은 이 세대가 사라지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운명에 놓였다. 예산의 어느 주민이 이렇게 말한다.
동네 분위기가 그래유. 기차가 지나가는데 사진 찍으면 잘 나오겠다, 그래유. 위에는 고압선 있지, 기차 지나가지, 고속도로 차 다니지……. 자기네들 구상대로 맘대로 다하고 있지유. 답답하지유.
이 분위기에 지기 싫은 밀양 주민들은 가는 곳마다 “가만히 있지 말고, 함께 싸우고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웅변한다. 이 책에는 곳곳에서 그런 절박한 대의를 호소하는 주민들의 이야기들이 박혀 있다.
나도 답답했다. 뭔가 이 어르신들에게 기운을 불어넣어주고 싶었는지, 나도 모르게 웅변이 터져나왔다.
철탑 때문에예, 우리 후손들이 설 곳 갈 곳도 없어예. 우리 당대에 저거들끼리 잘 묵고 살라꼬 정부하고 한전하고 짜고 치는 고스톱 아입니꺼. 아무리 해도 경찰 삼천명을 매일 델꼬 들어오는데 우리는 막을 수가 없으니, 우리 밀양 할매들은 우리 후손 후손들이 이렇게 살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싸우는 겁니더. 제가예, 행정대집행 날 옷을 벗었습니다. 할매 열 명 앉아 있었는데, 소 잡는 칼 같은 걸 들고 와서 천막을 찢고. 아, 우리가 사람을 죽였나 칼을 들었나, 생존권 지키는 우리 할머니들을 그렇게 이 나라 현 정부가 그렇게 했습니다.
국민이 굶으면 대통령도 같이 굶어야 카고, 국민이 아프면 대통령도 같이 아파야 되잖아요. 그런데 지금예, 스타케미칼에는 노동자 한 명이 300일째 굴뚝위에서 농성을 하고 있습니더. 우리 노인들이 20만 원 그거 받으려고 거기 혹해 가꼬 다 찍어준 거 아입니까. 이래가는 안 됩니다. 나라를 바까야 됩니다. (부북면 한옥순 할머니)
핵발전소에서 기죽지 않고 따박따박 대응하다
밀양 주민들은 핵발전소에서도 기가 죽지 않았다. ‘밀양에서 왔다’는 이유로 이미 약속된 핵발전소 격납건물 견학을 취소시켜버리자, 버티고 농성하면서 끝내 방문을 받아내는가 하면(고리 홍보관), 거대한 핵발전 플랜트 앞에서 최첨단 기술과 안전 제어를 자랑하는 홍보 직원의 설명을 모두 듣고서는 “그래 봤자 물 끓이는 공장이네”라며 단순 명쾌하게 일갈한다. “사람은 신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실수를 할 수밖에 없다”는 냉정한 인식론을 곁들여서.
수조원을 들인 경주 핵폐기장의 호화판 건물과 우주선이 날아가는 듯한 최첨단 디자인을 보고서도 “그래 봤자 핵쓰레기장인데” 하며 기죽지 않고 문제점을 따지고 든다.
가는 곳마다 한전, 한수원의 직원과 만날 때에 주민들은지지 않고 논쟁한다. 영광 핵발전소 홍보관에서 ‘노후원전 폐기’ 문제와 ‘안전성’ 문제를 물고 늘어지자 홍보팀장은 결국 납작 엎드린다.
불신 있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비리와 사고 등으로 신뢰를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저는 회사 생활하면서 어떤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똑바로 할 것입니다.
밀양 주민은 듣고 있다가 참지 못하고 “당신 하나 똑바로 한다고 될 일이 아니잖소?” 소리를 치고 만다. 아이러니하게도 밀양 주민들이 고리와 영광을 방문한 직후 터빈건물 화재사고(고리)와 증기발생기 쇳조각 발견 사고(영광)가 언론에 보도되기도 하였다.
피폐한 현실, 우리가 하는 일은 데모가 아니라 나라 지키는 일이다!
그러나 많은 곳에서 주민들은 지쳐 있다. 그 패배감과 좌절감이 넓고 깊다. 강원도 횡성에서는 언론에 거의 알려지지 않던 시절, 용역 깡패들이 동원되어 공사를 막는 주민들에게 말할 수 없는 폭력을 당하고 결국 굴복한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듣는다.
고리 핵발전단지 인근의 길천리 주민들은 1988년부터 무려 3번에 걸쳐 이주 약속을 받았으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한수원이 던져주는 지역개발자금은 모두 주민들의 실생활 개선에 투여되지 않았다. 경주 핵폐기장 유치 이후 수조원의 지역 개발 사업이 약속되어 “경주는 지나가는 강아지도 만원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우스갯소리가 만들어졌지만, 정작 경주의 시민활동가는 “만 원짜리 구경도 못 해봤다”고 일갈한다.
고리 주민들이 경작하던 농토는 어이없는 방식으로 수용당해서 주민들은 농업도 어업도 모두 시들어버리고 말았다. 고리뿐 아니라 거의 모든 핵발전소 인근 지역은 핵발전소에 드나드는 인부들을 위한 숙소나 식당 등으로 지역 경제가 유지되어 자생력을 잃고 핵발전소에 기생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월성 1호기 인근 주민들은 삼중수소로 인하여 갑상샘 암이 창궐하고 있음을 고발한다.
밀양 주민들은 이러한 피폐한 현실의 삶의 모습을 보면서 충격을 받고, “그동안 우리가 싸워온 것이 무엇이었나”,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런 질문 앞에서 좌절감을 토로하기도 한다.
오늘 와보니 너무 실망이 되네예. 철탑도 철탑이지마는, 이 상태에서 원전이 더 들어서면 후손이 우찌 살 건데, 이거는 아니잖아요. 우리 대는 괜찮습니다. 나도 나이가 칠십이 넘어서 언제 죽을지 모르지만, 후손을 생각하면 이건 아니니깐. 우리 후손들이 “부모들이 안 그랬으면 우리도 이래 안 될 긴데, 와 할매들은 돈에 넘어갔냐”고 하면 할 말이 없잖아요. 그러이, 억만금을 줘도 필요 없다, 그런 맘으로 하고 있다고 이야기해왔는데, 우리만 지키고 있으면 뭐하노, 이런 좌절감이 들어예.
그러나, 또한 밀양 주민들은 그간 10년 싸움에서 각성된 분명한 깨달음이 있다. 그리고 질문한다. “이 세상의 각본은 누가 짜고, 주연 배우는 누구인가?”라고.
밀양 시골에서 농사짓는 우리가 세상의 주연배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오기가 있다. 저놈들 각본대로 되는 걸 보고 있지만은 않을 거라고. 그리고 막상 겪어보니 지들의 각본도 별것 아니었다. 다 ‘돈지랄’ 아니었던가. 우리는 그 돈지랄 별시리 부러워도 않고, 우리끼리 된장 끓여놓고 정답게 밥 먹는 것 말고 별로 바라지도 않는다고. 한전은 밀양에서도 어쨌든 자기들 각본대로 다 되었다고 만족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 것이다.
그래서 상동면 주민 김영순 씨는 기죽지 않고서 이렇게 일갈한다. 김영순 씨의 발언은 밀양 투쟁의 의미와 위상에 대한 아주 명쾌한 진단이며, 또한 ‘탈핵 탈송전탑’의 새로운 길을 떠나는 밀양 주민들의 다짐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저는 이 일을 나라 지키는 일이라고 하거든예. 농성장 당번 서는 날에 집 나서면서 우리 아저씨한테 저는 ‘나라 지키러 갑니더’ 하고 나옵니더. 저는 나라 지키러 간다 카지, 데모한다 카지 않습니더. 나라 지키는 거라 생각하고 싸워보입시더.
한국 에너지 문제 전체를 개관하는 쉽고 친절한 책
이 책은 밀양 어르신들이 발로 쓴 보고서이면서 또한 우리나라 에너지 문제, 그리고 핵발전과 송전선 문제에 대한 아주 쉬운 해설서이다. 각 장 말미에는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의 알기 쉬운 해설이 달려 있다.
거기에는 송전선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전력수급의 구조에 대한 기초적 지식과 핵발전과 송전선 문제의 함수관계, 영광, 삼척, 고리, 울진, 월성 지역의 반핵운동의 역사, 핵폐기장과 핵발전소로 네 번이나 고통에 빠진 영덕의 이야기 등이 다채롭게 담겨 있다.
또한, 우리나라 현장 기록 사진 진영의 중요한 작가인 노순택, 이우기, 정택용, 최형락 작가들의 사진은 책에 시적인 깊이와 품위를 더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