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부, 짠한 형
두물머리 농사꾼의 농업 비평
최요왕 지음
- 가격
- 20,000원
- 펴낸 날
- 2026년 10월 19일
- 쪽수
- 252쪽
- 판형
- 127×200mm
- ISBN
- 979-11-92455-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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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딸기 농사에 허리가 휘고, 밭일 끝내고 들어와 저녁상을 차리고, 17년 동안 아내의 출근길을 책임진 농부가 있다. 4대강 사업으로 밭과 이웃을 잃고도 끝까지 남아 싸웠고, 지금도 두물머리 곁에서 유기농사를 짓는다. 『농부, 짠한 형』은 그가 이십여 년 동안 밭에서 묻고 따져 온 우리 농업 이야기다.
농민에게 순결함을 증명하라는 인증 제도, 농지원부가 없어 법적으로 농민이 되지 못하는 임차농, 빚이 되는 보조금, 청년을 파산으로 이끄는 스마트팜, 준비 없이 시작된 농지 전수조사까지. 현장의 당사자만 볼 수 있는 농정의 허점을 짚으면서도, 농민운동의 낡은 관행과 농민 스스로의 모습에도 같은 질문을 들이댄다. 한 농부의 에세이를 넘어선 ‘농업 비평’이다.
농업은 존립마저 위태로운데 예쁘장한 농촌살이 이야기만 넘쳐 나는 시절에 나온, 흙내 짙은 농부의 이야기. 저자의 딸 하연의 손그림이 다정한 온기를 보탠다. 웃다가 울컥하고, 짠해지다가 세상을 보는 눈이 깊어지는 책이다.
출판사 서평
두물머리 20년차 유기농민이 밭에서 쓴 농업 비평
농업은 존립마저 위태로운데, 예쁘장한 농촌살이 이야기만 넘쳐난다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에서 스무 해 넘게 유기농사를 지어 온 농부 최요왕. 딸기와 오이 농사에 허리가 휘는 하루와 부엌살림, 4대강 사업으로 밭과 이웃을 잃은 싸움, 친환경 인증과 농지 제도를 둘러싼 농정의 허점, 남태령에서 다시 확인한 연대의 가능성까지, 현장의 당사자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농업의 속사정이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저자의 작은딸 하연이 그린 삽화가 곳곳에 실렸고, 이 책의 산파를 자처한 농촌사회학자 정은정이 추천의 글을 썼다.
농업은 존립마저 위태롭건만 로컬크리에이터의 예쁘장한 농촌살이 이야기는 넘쳐 나는 시절이다. 농촌을 풍경으로, 귀농을 낭만으로 소비하는 이야기들 사이에서 이 책은 흙내 짙은 자리에 선다. 저자는 머리말에 이렇게 적었다.
“농민이 작물을 재배하면서 들인 노력과 비용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구조가 너무 오래 굳어졌다. 세상에 공짜란 없는 법인데 말이다. 그 결과가 지금의 농촌이다.”
밭에서도 부엌에서도 — 농부 최요왕의 생존 기록
땅값 비싼 경기도의 귀농인, 소수자에 가까운 유기농민, 허리 잡아먹기 딱 좋은 딸기와 오이 농사를 아직 놓지 못하는 농부. 저자는 밭일을 마치면 부엌에 들어가 저녁상을 차리고, 17년 동안 서울로 출근하는 아내를 태워 날랐다. 4대강 싸움이 한창일 때도 일요일 밤이면 딸들과 ‘개콘’을 함께 보는 가정의례만은 지켰다.
정은정은 추천의 글에서 “농민운동을 비롯한 사회운동의 가부장성을 비판하기는 쉬워도, 그 비판을 자신의 문제로 삼는 이는 드물다”며 이 생활 기록을 귀하게 여긴다.
유기농민을 유기한 국가 — 끝나지 않은 4대강 싸움
팔당은 우리나라 유기농업의 발상지 중 한 곳이다. 상수원 보호구역의 불리함을 유기농업으로 이겨 내려던 농민들을, 2009년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은 ‘비점오염원’으로 몰아 쫓아냈다. 정부가 지원하던 유기농업이 하루아침에 수질오염의 주범이 되었다. 저자는 끝까지 남아 싸운 두물머리의 네 농가 중 한 사람이다. 연행보다 몇 억이 될지 모를 행정대집행 비용이 더 두려웠다는 고백, 싸움 끝에 남은 농지 융자금과 뿔뿔이 흩어진 이웃, 쪼그라든 영농조합의 이야기가 아프다.
지금 두물머리에는 잘 닦인 산책로와 조경이 들어섰다. “농민은 간데없고 관광객만 들끓는다.” 그 풍광을 ‘예쁘다’라는 말에 가두는 도시의 감각이 지금도 국토 곳곳의 농지를 파헤치고 있으니, 4대강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감시와 단속의 인증 제도 — 순결함을 증명하라는 농정
소비자 안전을 앞세워 해마다 까다로워지는 친환경 인증 제도는 농민을 북돋기보다 단속하고 옥죈다. 옆 밭에서 날아온 농약에 인증이 취소될까 전전긍긍해야 하고, 제 농장에서 키운 닭의 똥조차 마음 놓고 거름으로 쓰기 어렵다. 제도의 방향이 순환과 지속 가능성보다 안전과 순혈성에 치우치면서, 친환경 농업은 격려와 지원 대신 감시와 단속의 대상이 되었다. 친환경 농업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목표와 달리 인증 농가가 줄어드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생협과 학교급식마저 이 제도에 기대어 ‘품위 기준’과 ‘선별 기준’으로 농민을 닦달하는 사이, 기준에 못 미친 감자와 양파는 농막에 쌓여 간다.
농지에서 스마트팜까지 — 밭에서 쓴 대정부 청구서
기후위기는 시대의 화두가 되었지만, 폭염 때문에 비닐 멀칭을 포기하며 늘어난 풀매기 인건비는 농산물 값에 반영되지 않는다. 대책 없이 무경운과 탄소 저감을 숙제처럼 들이미는 정책은 “그놈의 ‘선함’만을 강요”할 뿐이다. 농지원부가 없어 법적으로 농민이 되지 못하는 임차농, 빚이 되는 보조금, 청년 농부를 파산으로 이끄는 스마트팜, 준비 없이 시작된 농지 전수조사까지. 농업 정책 전반을 다시 살필 것을 주문하는, 한 농사꾼의 꼼꼼한 대정부 청구서다.
한 농부의 에세이를 넘어 — 이 땅의 소출을 먹는 모두가 농업의 당사자
『농부, 짠한 형』은 한 농부의 소회를 담은 에세이에 머물지 않는다. 저자는 농정을 비판하는 잣대를 제 편에도 똑같이 들이댄다. 대규모 도심 집회 같은 관행에 머문 농민운동, 20년 넘게 동고동락한 영농조합을 둘로 가른 생협의 선택, 4대강 싸움 당시 농민들 스스로의 가부장적 태도와 불성실함까지 숨기지 않는다. 그리고 농업의 당사자성을 농민에게만 떠넘기는 세상을 향해, 이 땅의 소출을 먹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농업의 당사자 아니냐고 묻는다.
해마다 새 모종을 키우듯
2024년 겨울 남태령에서 농민들의 트랙터를 지켜 준 것은 응원봉을 든 젊은 시민들이었다. 그날 밤 연단에 오른 시민 가운데에는 저자의 작은딸도 있었다. 이튿날에야 남태령에 나간 ‘트랙터 세대’ 아빠는 감격하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저자는 우리 농업을 “불이 난 버스”에 빗대며, 농민들 숫자는 줄고 나이는 들어 이제 시민들과 손잡아야만 그 유리창을 깰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4대강 싸움의 인연으로 두물머리에 내려온 젊은 친구들과 주거와 농지의 불안정을 풀어 갈 ‘재미있는 음모’를 꾸민다. “실패하면 배우고 성공하면 좋을 음모들”이다. 후배 농민들의 길을 터 주려 애쓰는 동네 형의 마음이 거기에 있다. 저자는 이들을 보며 희망을 말한다.
“젊음은 희망의 또 다른 표현 아니겠는가. 해마다 새 모종을 키우면서 희망을 같이 키우듯이 말이다.”
오늘 우리가 먹는 것들을 내년에도 먹을 수 있으려면, 이 땅의 소출을 먹는 모두가 농사꾼의 수다에 귀 기울여야 한다. 작은딸 최하연이 그린 손그림이 곳곳에 다정한 온기를 보태는, 웃다가 울컥하고 짠해지다가 세상을 보는 눈이 깊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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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글
농업은 존립마저 위태롭건만, 로컬크리에이터의 예쁘장한 농촌살이 이야기들이 넘쳐 나는 희한한 시절에 흙내 짙은 농부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 농업의 당사자성을 오로지 농민에게만 떠넘겨 버리고, 먹는 입만 살아 있는 세상에 아예 당사자성을 깨 버리자 외친다. 이 땅의 소출을 먹는 이들이라면 모두 농업의 당사자이지 않냐며, 그래서 그날 밤 남태령까지 달려와 준 것 아니냐며 말이다. (…) 오늘도 들꽃 한 송이 빨간 모자에 꽂고 로터리 치고 있을 두물머리 농부 최요왕. 사람에게서도 글에서도 잘 삭은 두엄 냄새와 달큰한 딸기향이 진하게 풍긴다.
― 정은정(농촌사회학자,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 저자)
저자
최요왕
농부. 전남 순천에서 나고 자랐다. 대학 졸업 후 환경 분야에서 일하며 환경운동연합 활동을 하던 중, 농업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최선의 타협점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마음에 품어 온 농사를 결심하고, 불안해 하는 아내를 설득해 2004년 경기도 양평 양수리로 귀농했다. 간호사인 아내가 계속 일할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니, 귀농지는 고향이 아닌 서울과 가까운 이곳이 되었다. 한창 재미있게 농사를 배우던 중, 이명박 정부의 4대강 개발 사업으로 농지를 잃었다. 4년간 이어진 저항의 시간은 우리나라 농업 문제를 근본부터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장인, 장모님, 아내, 두 딸까지 여섯 식구가 함께 살다, 몇 년 전 어른들이 돌아가시고 딸들도 직장을 구해 서울로 나가, 부부 둘이서 양수리를 지키고 있다. 이십여 년간 어른들을 모시고 자식들을 키우며 농사를 이어 올 수 있었던 데는, 서울까지 출퇴근하며 살림을 책임진 아내의 고생이 절대적이었다. “당신 퇴직하면 내가 집안 경제 책임질게”라던 큰소리는, 정작 아내가 퇴직한 지금까지도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재미없을수록 재미있게 살자”는 구호를 외치며, 오늘도 어떻게 하면 농사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잔머리를 겁나게 굴리며 농사짓고 있다.
그린이 소개
최하연
저자의 작은딸. 두물머리 농부의 딸로 자랐고, 이 책의 삽화를 그렸다.
지은이의 말
농사를 지으면서 궁금했다. 무엇이 이런 구조를 만들고 고착화하고 갈수록 더 악화시키는지, 해결 방법은 도대체 뭔지, 정말 궁금했다. 이십여 년 농사지으며 느낀 답답함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다.
농산물이란 게 농민에게는 벌어먹고 살기 위해 재배하는 대상이지만, 국민에게는 먹고사는 데 필요한 식량이다. 그러니 농업이 어려워지는 것은 단지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농민과 모든 국민이 함께 풀어야 할 문제라는 생각에, 같이 이야기하고 싶어졌다. 현장의 당사자가 아니면 알기 힘든 내용과 상황들을 설명해서 이해를 돕고 싶었다. 그 이해를 바탕으로, 함께 해결책을 만드는 데 마음을 모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간절함이다.
상인은 상인의 눈으로, 직장인은 직장인의 눈으로, 학자는 학자의 눈으로, 관료는 관료의 눈으로 세상을 보듯, 농사꾼은 농사꾼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말하게 된다. 그 다양한 눈과 말들이 모이고,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를 이해할수록 세상은 건강해지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 마음으로 농사꾼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 머리말 중에서
본문 중에서
17×250×50=212,500
212,500÷40,075=5.302
아내 퇴직 후 두어 달 지나서 정산서를 내밀었다. 17은 아내를 서울까지 출근시켜 준 햇수다. 250은 1년 365일 중 주말과 공휴일, 명절을 뺀 날짜, 50은 출근 운행을 했던 왕복 거리다. (…) “이거 보소. 내가 당신 출근시켜 준 거리가 지구 다섯 바퀴 넘는 거리네. 나 잘했지?” 가증스런 자랑질을 했다.
― 「지구 다섯 바퀴, 아내의 출근길」 중에서
잘 닦인 산책로와 잘 꾸며진 조경. 보기에는 아주 좋다. 여기저기 서 있던 비닐하우스들이 사라지고, 탁 트인 풍광에 관광객들은 감탄한다. 농민은 간데없고 관광객만 들끓는다. 관광이 농업을 몰아낸 형국이다. 경치는 좋아졌지만 농업은 사라졌다. 농업이 이만큼 천대받은 적은 유사 이래 없었을 것이다.
― 「우리 밭이 사라진 자리에」 중에서
본인의 농장에서 닭 몇 마리 키우면서 계란도 먹고 닭똥은 거름으로 쓰면 얼마나 좋은가? 그런데 그것을 인증 농사에 쓰기가 만만치가 않다. (…) 일백 퍼센트 유기농산물로 된 먹이만 먹이지 않아서이다. 순결주의, 순혈주의의 결정체다. (…) 안전이, 순혈주의가 순환을, 지속 가능을 먹어 버린다.
― 「내가 꿈꾸는 유기농」 중에서
우리 농업은 지금 불이 난 버스와 같다. 그 안에 갇힌 농민들에게는 유리창을 깨고 나갈 비상망치가 필요하다. 그 망치가 바로 ‘연대’다. 그런데 농민들 숫자는 줄고 나이는 들어 힘이 약해졌다. 농민운동 진영 혼자서는 비상망치를 만들어 낼 수가 없다. 일반 시민들과 손잡아야만 비로소 그 망치를 손에 쥘 수 있다.
― 「연대라는 비상망치」 중에서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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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글 _ 짠한 형, 최요왕 _ 정은정
머리말
감사의 말
1부 밭에서도 부엌에서도, 농사꾼의 하루
딸기 큰아빠의 애증 농사 / 오이에게 발목 잡힌 여름 / 지구 다섯 바퀴, 아내의 출근길 / 일요일 밤은 아빠와 개콘을
2부 스무 해, 유기농 농부로 살다
구구절절 귀농 / 잘생긴 감자만 살아남는다 / 로터리를 치면서 / 비닐을 안 쓴 진짜 이유 / 내가 꿈꾸는 유기농
3부 두물머리, 그 후
불신의 폭발점, 4대강 사업 / 우리 영농조합, 흥하고 망한 이야기 / 우리 밭이 사라진 자리에 / 이명박에게 쫓겨난 형에게
4부 농사꾼이 되묻는 것들
땅은 누구의 것인가 / 땅땅땅, 농지원부 / 빚이 되는 보조금, 살이 되는 직불금 / 바람 말고 햇살을 / 6차 산업이나 스마트팜이나 / 청년 파산의 안내자, 스마트팜 / 선불 맞은 멧돼지, 농지 전수조사
5부 재미없을수록 재밌게 살자
연대라는 비상망치 / 남태령 다음엔 어디로 가야 하나 / 젊은 친구들과 꾸미는 음모
농사·농업 용어 해설
